안드로이드 vs 윈도폰 7 vs iOS vs 바다 -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이후, 스마트폰 OS의 미래...펌
안드로이드 vs 윈도폰 7 vs iOS vs 바다 -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이후, 스마트폰 OS의 미래
![]() ![]() 2011/08/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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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큰 걱정거리를 안겨다 주었습니다. 엄청난 자금력과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을 갖췄고, 이미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의 개발 주관사인 구글과 요즘 명성을 많이 깎아먹긴 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실력자인 모토로라가 합치면, 국내 스마트폰 업계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불안감입니다.
실제로도 그러고 있는지, 아니면 말로만 그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아시아 스마트폰 메이커들은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뭔가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럼 뭐가 어떻게 될까 볼까요.
안드로이드
무슨 일이 있던지 간에, 안드로이드는 많은 스마트폰 업체들의 주력 운영체제로 남을 것입니다. 모토로라를 통해 하드웨어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물론 상존하기는 하지만, 완벽한 차별 정책을 쓰기에 모토로라는 아직 너무 작고, 힘이 약합니다. 이제 모토로라의 스마트폰 사업 규모는 LG나 소니에릭슨보다도 작은 수준이죠. 몇몇 국내 언론들이 말하는 것처럼 1~2년 안에 모토로라에게 전적인 우선권을 주는 정책을 썼다가는, 지금 막대한 쉐어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이나 LG, HTC등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나가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 자체가 붕괴되고, 결국 구글이 목표로 했던 구글 서비스의 확산 전략은 실패로 끝날 것입니다.
구글이 하드웨어 산업에 진출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루빈이 처음 생각했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사업 모델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배포해 광고가 달리는 서비스를 확산시키고,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얻자는 것이었습니다. 하드웨어 기업 하나를 인수했다고, 수익성이 낮고 불확실성이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 자체를 운영하는 것에 비해 지나치게 큰 디바이스 제조업에 단기간 내에 뛰어든다면 그것은 구글의 신뢰와 사업 기반 자체에 큰 피해를 줄 것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아시아계 기업들이 대응방안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 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모토로라의 구글 인수에서 오는 위협은 구글이 모토로라를 유일한 제조사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모토로라라는 기업 자체의 경쟁력 향상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엄청난 현금과 소프트웨어 기술지원이 모토로라에 들어간다면, 쓰러지던 모토로라는 다시 강력한 경쟁자로 돌아온다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드로이드나 아트릭스가 아이폰처럼 될 때까지는 디바이스 업체 대 디바이스 업체 정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 새로운 넥서스 폰은 삼성, 넥서스 태블릿은 LG로 간다고 하는 것이 점점 사실로 다가오는 것을 볼때,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 직전까지 하드웨어보다는 특허를 노렸다고 하는 게 맞는 듯 합니다.
하지만, 제조사들이 지나치게 다양한 하드웨어 셋업을 사용함에 따라 최적화 이슈가 발생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새로 개발되는 OS를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의 가짓수를 점점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구글이 하드웨어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시킬 가능성은 농후합니다.
윈도폰 7
이미 모바일 자이언트가 된 구글이나 폐쇄 정책을 고수하는 애플과는 달리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바일 전략은 이제 걸음마 단계입니다. 윈도폰 7을 내놓긴 했지만, 지금 쓸 수 있는 버전은 멀티태스킹이 안돼는 초기 버전이죠. 최초의 윈도폰 7 휴대전화들이 나온 것이 2010년이니, 라인업 자체가 낡기도 했고요. 따라서 MS는 한동안 윈도폰 에코시스템의 새로운 구성원을 유인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입니다. 노키아가 제일 큰 혜택을 보긴 하겠지만, 넥서스가 모토로라로 가는 정도의 차별조차 안되는 차별 정도일 겁니다. 어차피 윈도폰은 소프트웨어 작업을 대부분 MS에서 완료해서 주니까요.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의 대체재를 찾아야 한다면, 가장 유력시되는 것이 윈도폰 7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상당히 열정적인 면도 있고, 이런 신생 플랫폼을 단기간 내에 키울 수 있는 자금력과 개발 역량이 있는 기업도 마이크로소프트가 거의 유일합니다. PC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엄청난 크기를 갖고 있으며, 이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죠. 멀티태스킹 등 일부 문제가 해결된 윈도폰 7.1 역시 현재 쓸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대안입니다. MeeGo는 정말로 걸음마 수준이고, HP는 Web OS의 모바일 버전을 포기했으며, 심비안은 죽었고, 바다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먹힐 수 있다는 것이 검증되지 않은 데다 삼성이 이 OS를 공개할지도 오리무중이기 때문이죠. 삼성이 소프트웨어 에코시스템을 키울 정도의 역량을 가졌는지도 모르겠고.
헌데 윈도폰이 거대한 에코시스템을 형성하고 난 뒤의 모바일 시장은 그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띌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스마트폰 메이커들에게 정해진 스크린 사이즈와 해상도 기준을 강요하는 대신 커스텀 UI보다 잘짜여진 기본 UI를 제공하며, 기본적이 하드웨어 사양 기준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대신 최적화가 이미 완료된 소프트웨어를 제공합니다. 기기 한대당 5~10달러의 소프트웨어 구매 비용을 청구하는 대신 소프트웨어 버그와 특허 문제 같은 자잘한 이슈들을 도맡아서 처리해 줍니다. 안드로이드보다 운영체제 개발사의 권한이 대폭 틀어나게 되는데요, 이에 따라 스마트폰 업계는 현재의 모습에서 점점 PC 시장의 모습과 유사하게 변화해 나갈 것입니다. 제조사는 말 그대로 제조사가 될 것입니다. 소프트웨어에는 추가 어플리케이션 말고는 거의 터치하지 않을 것이고, MS가 정해준 스펙을 가지고 기기를 만들기만 하겠죠. 한 능력있는 제조사가 다른 제조사와 자신들을 차별화 할 수 있는 방법은 브랜드 신뢰도, 기기의 내구성, 디자인 등 - 노트북 제조사들이 자신을 그렇게 차별화하는 것처럼-밖에 없을 겁니다.
위에서 말한 요소들 때무에, 윈도폰 체제에서도 거대 제조사는 거대 제조사로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지위는 지금 PC 시장에서 HP, 에이서, 델 등이 차지하는 지위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 부담이 없기 때문에, 영세 업체들도 끊임없이 진입하고 퇴출 당하고 하겠죠.
iOS
iOS는 iOS입니다. 완성도가 높은 iOS는 앞으로도 번창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쉐어는 최근 1년간의 동향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점점 낮아질 것입니다.
지금 현재 iOS가 가장 넓은 어플리케이션 선택권을 갖고 있고,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iOS가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애플 혼자서 OS를 만들고 단 한 종류의 기기에만 그 OS를 사용하기 때문이죠. 이런 시스템은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큰 위험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애플 컴퓨터가 IBM PC보다 더 일찍 나왔고 더 매력적이었지만, 폐쇄적이라는 한계 때문에 거대한 우군 집단을 구축한 IBM에 밀린 것과 마찬가지죠. 따라서, 지금의 매킨토시와 마찬가지로 iOS는 안드로이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엄청나게 치열한 싸움 끝에 3위 정도, 점유율 15~20%정도의 스마트폰 OS로 남을 공산이 큽니다. 아이폰 5가 일시적인 점유율 상승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때는 HTC, 삼성 LG 등 기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성장률이 높아 왔고, 높고, 또 그렇 것이기 때문에, PC의 세계 속에 있는 매킨토시(보다 조금 더 중요한) 정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원체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완전히 밀려날 가능성은 제로구요.
하지만 한 에코시스템에 하나의 제조사만 존재한다는 것은 하나의 제조사의 위기가 전체 생태계의 위기로 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OS자체의 강점 때문에 생태계 자체가 단기간에 파괴되는 일은 없겠으나, 아무래도 제조사가 하나이고, 이 제조사가 신제품을 1년에 한개씩만 출시하는 경우에는,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한 적응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LG가 새로운 스크린을 1년에 한번, 아이폰에 맞춰서 출시해 주는 것도 아니고, 삼성이 새로운 플래시 메모리를 그렇게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닙니다. 안드로이드나 윈도폰과 iOS의 완성도 격차가 줄어들수록, iOS 생태계는 더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바다 OS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삼성의 위기론이 제기되고 나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작년에 삼성이 독자 개발한 바다 OS입니다. 하지만 바다 OS는 윈도폰 같은 다른 대안에 비해 미래가 불확실한 면이 많습니다. 바다 OS가 윈도폰보다 '아주 살짝 더 많은' 쉐어를 차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윈도폰이 아직 멀티태스킹 등 일부분이 완성되지 않는 소프트웨어였으며 프리미엄 시장에만 진입했다는 데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바다 OS의 쉐어가 더 많았던 것은 순전히 삼성이 바다 OS를 탑재한 휴대전화를 피처폰 가격에 유럽시장에 뿌린 데에 그 이유가 있는 거죠. 그러니까, 마이크로소프트-노키아 연합이 그들이 약속한 대로 안드로이드폰들보다 낮은 가격에 윈도폰 디바이스들을 '배포'한다면, 바다와 윈도폰 7의 점유율은 쉽사리 뒤집어질 것입니다.
현재, 바다폰의 장점은 연령층이 높은 고객층이나 피쳐폰에 익숙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피처폰스러운(멋지다거나 Intuitive 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UI와 값싼 단말기 가격 말고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의 양도 상당히 제한되어 있고(심지어 윈도폰과 비교해서도), 사용자가 적고 제조사가 삼성으로 한정되는 OS 자체의 한계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의 개발자 서포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삼성의 소프트웨어 개발능력도 아직까지는 의심스럽고요.
게다가, 현재 이 운영체제는 삼성만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OS는 영역을 넓혀 나가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OS가 경쟁 제조업체에게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경쟁사들이 이 OS를 채택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경쟁사들이 안드로이드의 대안을 찾는 이유가 구글이 하드웨어 업체인 모토로라를 인수했기 때문인데, 굳이 삼성이 창조한 생태계 밑에 들어가려고 할까요? 그리고 LG는 전통적으로 삼성에 적대적인 기업이었고, HTC 역시 한국 기업을 그렇게 탐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바다가 영역을 넓힐 길은 삼성이 바다폰 마진을 아예 포기하고, 손해를 봐서라도 공짜폰으로 뿌려가며 사용자 계층을 넓혀 놓는 것입니다. 일단 사용자 계층이 넓어지면 어플리케이션의 수요가 늘어날테니 개발자들도 이쪽으로 넘어오겠죠. 하지만, 문제는 다른 진영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