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별(유형별); 병원, 의원, 한의원, 치과, 약국등으로 나누는일.  직능별; 의사, 약사, 한의사, 치과의사...

 

 

이제 종별계약으로 간다

의협, 관련법 개정에 총력…이해득실 놓고 의약계 술렁
▲ 6년만에 수가계약을 성사시킨 의약계와 공단.그러나 부속합의서 이행을 놓고 이해를 엇갈리면서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수가계약 부속합의서 의미와 파장]

지난 15일 의약계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6년만에 첫 수가계약을 성사시켰으나, 부속합의서 내용중 '요양기관 특성을 고려한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종별계약)을 어떻게 추진할지를 둘러싸고 각 직종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부속합의서 이행방안에 대해 의협과 공단은 종별계약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병협·약사회·치협·한의협은 부정적이거나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해 종별계약을 위한 법 개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번 수가계약에서 공단은 의약계로부터 종별계약을 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낸 것을 성과로 꼽고 있으며, 의약계는 사회 전체적으로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수가 3.5% 인상이라는 결과를 얻어냄으로써 명분을 얻게 됐다.

문제는 종별계약을 놓고 의약계와 공단의 시각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공단은 종별계약을 통해 그동안 단일 환산지수로 계약하면서 무임승차했던 직종에 대한 건강보험재정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의협도 최근 2년 동안 환산지수 연구결과에서 수가인상 요인이 많은 것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단일 환산지수로 계약을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손해보는 일이 많았다며 종별계약(직능별계약)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병협·약사회 등은 환산지수 연구결과에서 수가인하요인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던 터라 종별계약을 할 경우 수가가 현재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 내심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종별계약이 시작되는 2007년에는 계약방법과 유형별 환산지수를 나누는 방법을 놓고 의약단체간 또는 공단과 일전이 예상된다.

부속합의서에는 종별계약 뿐만 아니라 보장성 강화와 약제비 절감을 위한 약가 관리제도 개선 노력도 포함돼 있다.

의약계와 공단은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를 들어 2008년까지 건강보험 보장성을 80% 수준까지 올릴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그러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국고지원과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지난 16일 열린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는 보장성 강화 약속만 지켜진다면 보험료를 4.9% 정도 인상해도 무난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수가가 인상되고 보험료가 올라가면 국고지원도 증가하기 때문에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는 반대하고 있다.

약제비 절감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공단은 약가재평가를 통해 현행 약값을 대폭 낮추고 장기적으로 약가도 수가와 마찬가지로 계약을 통해 결정하는 방안을 준비중이다.

특히 공단은 수가 종별계약과 약가계약제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총액예산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약계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재정을 튼실히 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이번 수가계약은 수가 3.5% 인상에 따른 이해득실보다는 부속합의서가 가져올 파급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부속합의서를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다.

직종간 '수가불균형' 해소해야

부속합의서 '득'인가? '실'인가?

이번 수가계약 결과에 대해 의약계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속합의서 내용과 관련해서는 의협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부속합의서 내용 중 최대 화두인 종별계약이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공단은 수가를 대폭 양보한 대신 종별계약이라는 결과물을 얻은 것에 대해 고무적이다. 공단은 종별계약으로 할 경우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재정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성재 공단 이사장은 "단일 환산지수를 적용하는 대신 복수 환산지수를 적용해 요양기관별로 형평성 있는 수가계약을 할 수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종별계약을 위한 연구를 비롯해 의약계와 계약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정 의협 협회장도 "지금까지 직종별로 환산지수를 묶어서 계약을 하다보니 무임승차한 직종 때문에 의협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던 것이 사실"이라며 "건강보험법을 개정해 종별계약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석현 병협 보험위원장은 "종별계약을 하면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속합의서 내용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했다.

박인춘 약사회 보험이사도 "유형별 환산지수가 객관적으로 정해지기 위해서는 한의원에 적용했던 기준을 약국에 적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부속합의서는 공단에게는 분명한 이득이 돌아가는 반면, 그동안 단일 환산지수를 통해 상대적으로 이득을 봤던 직종은 수가인하 가능성 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종별계약 위한 건강보험법 개정 가능성은?

의약계와 공단은 종별계약을 위해 건강보험법 개정에 공동으로 노력키로 했다. 그러나 의협과 공단은 법 개정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나머지 의약단체는 매우 수동적이다.

그 이유는 종별계약을 할 경우 그동안 상대적 이익을 취했던 단체들은 어떻게든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김진현 교수의 환산지수 연구결과에서는 병원(-3.31%)과 약국(-6.06%)은 수가 인하요인이 컸으며, 의원(2.46%), 치과(1.59%), 한방(0.69%)은 인상 요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진흥원 연구결과에서도 의원은 수가인상 요인이 많은 것으로 나왔으며, 병원·치과·한의원·약사회는 수가인하 요인이 많은 것으로 나와 종별계약을 통해 수가불균형을 바로잡을 필요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종별계약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의약단체들이 적극 협조를 하지 않으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부속합의서 구체적 실행방안 어떻게 마련할까?

부속합의서 이행과 관련 이성재 이사장은 "종별계약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의약계와 공단이 동의했던 부분"이라고 전제하고, "공동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효길 의협 보험부협회장도 "종별계약은 우려되는 부분이 있지만 계약의 의미를 잘 살리면 좋을 것"이라며 종별계약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원희목 약사회장은 "부속합의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지 구체적인 것은 아니다"고 못박고 "추후 더 논의해야 할 사항이 많이 남아있다"며 공단이 부속합의서를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견제했다.

한편 건강세상네트워크와 경실련도 성명서를 내고 "건정심에서 합의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확정해 국민앞에 제시해야 한다"며 합의에 대한 약속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러나 종별계약에 대한 각계의 입장이 다르고, 보험료 인상 등의 문제가 남아있어 세부방안을 곧바로 제시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계약 방법 놓고 의약계·공단 '동상이몽'

이평수 공단 상임이사는 "종별계약에 대해 병협은 파급효과가 얼마나 큰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내부적으로 종별계약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상임이사는 "부속합의에 대해 공단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형평성·균형성 있게 수가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병호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장도 "복수 환산지수로 수가를 계약하면 약국·한의원·병원 등에 많이 빠져 나가는 보험재정지출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드시 환산지수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약제비 관리를 위해서는 약가를 재평가해야 하고 그에 따른 약가를 재산정해야 한다"며 "종별계약과 약가계약제가 틀을 잡게 되면 총액계약제로 전환해 전체 보험재정 지출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박효길 의협 보험부협회장은 "종별계약이라는 말보다는 직능별계약이 맞다"며 "계약방법은 물론 계약내용·범위 등도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단이 종별계약을 멋대로 해석하고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총액계약제로 가기 위한 발판 마련?

종별계약에 대해 의약계와 공단의 전혀 다른 해석을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도 공단이 종별계약을 통해 총액계약으로 가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병호 위원장은 "종별계약을 하게 되면 공단이 일일이 계약에 나서기 힘들어 가입자대표들과 의약계가 직접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지난해 건강보험발전위원회에서도 가입자위원회를 구성해 가입자대표들이 적극 개입하도록 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며 "가입자가 계약주체가 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학계 한 관계자는 "가입자대표들과 공급자가 직접 계약을 한다는 것은 공단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공단 생각대로 가입자와 공급자가 직접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폐지해 공급자들의 자율성을 확실히 보장해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손발을 다 묶어 놓고 계약을 한다는 것은 공급자들을 무조건 죽이겠다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단 비대화 견제…종별계약 꼭 이뤄내야

어쨌든 2007년 수가는 현재의 단일 환산지수에 의한 계약이 아닌 요양기관 종별로 계약을 해야 한다.

그러나 종별계약으로 인해 공단이 더 비대화되는 문제를 의약계는 간과해서는 안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공단은 종별계약을 할 경우 가입자대표를 앞장세우고 뒤에서 조정자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등 공급자들과 직접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수가계약에서도 재정운영위원회가 실질적인 계약주체로서 나섰던 것을 고려하면 가입자대표들이 수가계약에 적극 개입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계약만 성사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 계약을 하든 그것은 계약주체들의 자유다"라며 계약 과정에 적극 개입하지 않을 것을 밝혔다.

따라서 의약계는 종별계약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하나된 목소리로 건강보험법 개정을 추진해야 하며, 공단과 대등한 입장에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보다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만약 의협을 제외한 의약단체들이 수가인하를 두려워한 나머지 종별계약을 반대한다면 의약계와 공단이 합의에 의한 약속은 깨질 수밖에 없고 건강보험법 개정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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