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변속기의 부활

엔진이 가장 센 힘 낼 수 있게 기어비를 끊임없이 찾아 바꿔
국내 판매 11개 브랜드가 장착 '자동'보다 가속 빠르고 연비 앞서

쉐보레가 신형 무단변속기로 효율 높인 스파크S를 선보였다. 현재 국내엔 11개 브랜드, 28차종이 무단변속기를 얹고 판매 중이다.

무단변속기(CVT)의 부활인가. 최근 무단변속기가 주목받고 있다. 탁월한 효율 때문이다. 14일 한국지엠이 선보인 쉐보레 스파크S가 좋은 예다. 기존 4단 자동 대신 무단변속기를 얹었다. 직렬 4기통 1.0L 엔진도 함께 손봤다. ‘더블 가변 밸브 타이밍’을 달아 들숨과 날숨이 한층 원활해졌다. 이날 스파크S를 몰고 서울~동탄 구간을 왕복했다. 기존 스파크와 가장 큰 차이는 가속 감각이었다. 훨씬 매끄러웠다. 소음도 낮았다. 변속에 따라 엔진 회전수가 치솟았다 떨어지길 반복하는 패턴이 없기 때문. 그런데 이 같은 장점은 위화감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때론 힘이 부족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변속될 때마다 등 떠미는 충격에 익숙해진 탓이다.

르노삼성 SM3
하지만 실은 무단변속기의 가속이 더 빠르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스파크S는 가속 페달을 30% 깊이로 밟을 경우 정지상태에서 시속 50㎞까지 가속하는데 8.3초가 걸린다. 자동변속기 단 스파크보다 3.5초나 빠르다. 공인연비(복합)도 15.3㎞/L로 자동의 14.8㎞/L를 앞선다. 구조적 장점 때문이다. 일반 변속기엔 지름과 이빨 수 다른 톱니를 여럿 맞물린다. 반면 무단변속기의 얼개는 한층 간결하다. 두 쌍의 도르래(풀리)를 체인이나 벨트로 이은 구조다. 각 도르래는 가운데로 갈수록 지름이 줄어든다. 모래시계를 눕혀 놓은 모습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 도르래의 간격을 벌리고 띄우는데 따라 회전수가 바뀐다. 기어비가 무한대로 변하는 셈이다. 그래서 ‘연속가변 변속기’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CVT’라고도 부른다.

 
닛산 알티마
무단변속기는 늘 일정한 엔진 회전수를 유지한다. 가장 큰 힘 낼 수 있는 기어비를 끊임없이 찾아 바꾸는 까닭이다. 그래서 가속이 빠르다. 또한, 자동변속기보다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부품이 적다. 그만큼 손실되는 힘이 적어 연비에 유리하다. 하지만 보급은 더뎠다. 단점도 많았던 탓이다. 요컨대 높은 토크를 소화하지 못했다. 소음도 두드러졌다. 반응도 느렸다. 공교롭게 스파크의 전 세대인 마티즈가 CVT 문제의 ‘종합선물세트’ 격이었다. 주행 중 무단변속기 경고등이 뜨면서 시동이 꺼졌다. 배기량 660㏄에 주행조건도 한층 얌전한 일본 경차에 맞춰 설계한 탓이다. 결국 5만6000여 대 규모의 리콜로 이어졌다. 한국지엠은 여전히 중고차 가격 보상 및 추가 할인을 앞세워 무단변속기 단 마티즈 거둬들이는데 여념 없다.



 그럼에도 한국지엠이 스파크에 다시 무단변속기를 얹은 건 기술적 자신감 때문이다. 이번 스파크S의 무단변속기는 닛산 계열사인 자트코의 제품. 닛산은 ‘무단변속기의 달인’이다. 1992년 처음 선보인 이후 20여 년 간 900만기 이상을 생산했다. 성능도 꾸준히 업그레이드했다. 1997년엔 2.0L, 2003년엔 3.5L 엔진을 얹은 차까지 무단변속기와 짝짓는데 성공했다. 닛산의 최신작은 신형 알티마의 ‘차세대 X트로닉’이다. 기존 부품의 70%를 재설계해 내부마찰을 40% 줄였다. 연비는 10~15% 높였다. 기어비의 폭도 넓혔다. 그만큼 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비율로 엔진 힘을 요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훨씬 영리해졌다. 언덕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떼도 제동 상태를 유지한다. 감속 땐 낮은 기어비로 엔진 브레이크도 건다.

 무단변속기는 하이브리드 카와도 궁합이 좋다. 도요타와 렉서스, 혼다의 하이브리드 차종이 무단변속기를 쓴다. 혼다는 간판 중형 세단인 어코드 2.4의 변속기까지 무단으로 바꿨다. 현재 국내에 공식 판매 중인 차 가운데 11개 브랜드, 28개 차종이 무단변속기를 품었다. 국산차 가운덴 기아 레이, 현대 아반떼 하이브리드, 르노삼성 SM3과 SM5가 대표적이다.

◆취재팀=김영훈·박진석·이상재·이가혁 기자, 김기범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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