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일어나 주섬주섬 옷 껴입고, 카메라, 방한복, 먹을거, 지도등을 준비하고
내차를 타고 집을 나섰습니다.
고속도로보다는 지방.국도로 가는편이 더 거리가 가깝고해서 도착하기 직전까지 계속
어두운길을 운행을 해서 지리산 백무동에 도착했습니다.
난생처음 오르는 지리산 산행이라 멀리서 지리산이 보일때부터 가슴이 조금씩 뛰기 시작
했습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일상에서의 탈출, 그것도 야반도주 같은 쓰릴같은 그런 느낌도 있었지요.
백무동 출발지점 등산로 입구입니다.
낙옆이 싸여있고 나무들에 달려 있는 잎새들도 색이 바래져있습니다.
등산로 입구에 있는 화장실이 딸린 건물입니다.
제법 근사하게 지어진 느낌...
전날 온 눈이 바닥의 돌과 나무에 쌓여있습니다.
미끄러질까봐 진땀을 흘리면서 올라갑니다.
우측에 눈으로 덮힌 돌계단이 보입니다.
한참을 올라가니 드디어 앞을 가리는게 없이
능선비슷한 지점에서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있습니다.
갑자기 절 따라오던 젊은분 2명중 한명이 열심히 저의 뒤를 따라옵니다.
절보더니 한마디합니다. '지구력이 대단하시네요'
제가 대답합니다. '저도 산을 많이 탑니다.'
그러면서 전 속으로 생각합니다.
'세상에 근심.걱정 없이 욕심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은...'
'제가 산을 오르는 이유는 잊을게 있고, 생각할게 있어서...'라구요.
그런 많은 이생각 저생각하는데는 충분한 시간과...
적당한 체력소모를 동반한 스트레스 해소가 꼭 필요할꺼라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정상가까이에서 함부로 벌초되고 버려진 장소가 눈에 펼쳐집니다.
정상이 보입니다. 지리산 천왕봉 1915미터 고지.
언제부턴가 산을 오를때...
정상이 얼마나 남았는지, 빨리 정상을 밟아야지하는 생각이...
그리 간절하지 않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도달할꺼라고 믿게 됐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한...
정상은 바로 그자리에 부동의 자세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뿐...
중요한건 내가 산을 오르겠다는 마음, 그리고 오를수 있다는 믿음인 것입니다.
산을 내려오면서 생각합니다.
빨리 내 아내, 내 아들...내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과...
여기 낯선 외지의 땅, 처음 보는 산과 경치들을 마무리하면서 보겠다는 생각...
다리가 후들거리고 무릎이 아파오는 것은...
오를때에 느끼는게 아니고...
내려올때 느끼게 되고, 또 그런게 다행이란 생각도 하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