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백 특집 2. 어드밴스 에어백 국내 미적용은 내수 차별인가? ├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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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드밴스 에어백 국내 미적용은 내수 차별인가?


국내 시판 차종들의 에어백 장착 현황을 보면 국산차들은 대부분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을 쓰고 있으며, 수입차에서는 듀얼스테이지 또는 어드밴스 에어백의 적용이 4개사 43종 중 8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기준으로, 또는 미국에서 생산된 차들을 국내에 그대로 수출하면서 미국 에어백 규정에 맞춰 듀얼스테이지 이상의 에어백을 장착한 수입차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수출되는 국산차들은 모두 미국 의무 규정에 맞춰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전 라인업에 기본 장착하고 있습니다. 국산 내수용 차 중 듀얼스테이지 이상의 에어백을 쓰는 차는 SM5, SM7, 말리부, 알페온, 제네시스, 에쿠스, K9 등이 확인되고 있습니다(듀얼스테이지와 어드밴스 에어백을 잘못 혼용해서 쓰거나 아예 스마트 에어백이라는 명칭만 갖고 있는 모호한 경우도 있어 자세한 파악은 불가능했습니다).

요즘 인터넷을 보면 탑승자의 안전을 위한 것이 에어백인데 여기에 대해 돈을 아끼고 디파워드 에어백을 쓴다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더욱이 국산차의 내수형과 수출형 사이에서 에어백이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비판 여론은 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숫자만 보고 어드밴스 에어백과 관련하여 국내외 차별 대우라는 부정적 해석을 이끌어내기에 앞서 세대별 에어백의 차이와 특징, 그리고 세계 각국의 에어백 관련 규정 현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1) 에어백의 세대별 분류


에어백은 기능에 따라 세대를 나눌 수 있는데, 위와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전 세대 에어백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에어백은 이렇게 진화되어 왔는데,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에어백은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입니다. 듀얼스테이지와 어드밴스 에어백은 디파워드 에어백과 달리 에어백 팽창 압력을 충돌속도, 탑승자 무게 등에 따라 판단, 조절할 수 있어서 표준체격 이상 또는 이하 탑승객에의 보호 효과가 더 크겠지만 가격이 30~50% 더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2) 미국의 에어백 규정

미국은 에어백에 관해 지구상 가장 까다로운 규정을 두고 있는데요, 1984년에 연방 자동차안전기준(FMVSS 208)에 의거 운전자 보호장비로 에어백 또는 안전벨트를 의무화했고, 1998년부터 모든 승용차~소형트럭 운전석, 조수석에 디파워드 또는 듀얼스테이지 에어백 장착을 의무화하고, 2003년에는 2세대 에어백의 단점을 해소하기 위한 어드밴스 에어백 장착을 의무화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일찍이 어드밴스 에어백을 의무화한 데에는 특수한 상황적 배경이 있습니다. 미국은 안전벨트 착용에 대한 규정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늦게 생겼고, 이조차도 일률적으로 의무화되어있지 않습니다. 미국 관련 법규를 볼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주 by 주"인 것이지요.

미국의 안전벨트 규정은 안전벨트 의무 착용을 기본으로 하고, 미착용시 단속하여 안전벨트를 실질적으로 강제하는 Primary Enforcement, 안전벨트 의무 착용 규정을 두지만 착용하지 않아도 딱히 단속하지는 않는 Secondary Enforcement (우리나라로 예를 들면 운전할 때 면허증 소지를 의무로 규정하지만, 음주단속 할 때는 면허증 소지 유무를 굳이 검사하지 않되 음주 사실이 확인될 때에는 면허증을 요구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로 나뉘며, 50개주 중 유일하게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는 뉴햄프셔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자유의 나라답게 안전벨트 의무 규정에 대해 개인의 자유 침해라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도 많고, 안전벨트 의무착용이 탑승자 안전에 기여하는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술적인 대립이 오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의무착용, 미착용자 단속을 하는 Primary Enforcement를 규정으로 하는 주가 과반수긴 하지만, 안전벨트를 안 해도 문제가 없는 주들도 적지 않기에 연방 정부 입장에서 안전벨트 미착용자도 보호할 수 있도록 에어백 규정이 유래없이 매우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미국 이외국의 에어백 규정

미국 이외의 대부분의 나라는 수많은 자동차 관련 규정에 대해 유럽 ECE 표준(United Nations Economic Commission for Europe)을 따릅니다. 모든 EU 국가뿐만 아니라 일본, 호주, 한국, 태국 등 다른 비유럽권 나라들을 포함한 51개국이 참고하는 표준인데요, 이 유럽 ECE의 충돌테스트 기준은 안전벨트 의무 착용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미국은 안전벨트 미착용의 경우에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일찍이 2003년부터 4세대 에어백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는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안전벨트 의무 착용을 전제로 테스트하고 에어백 관련 규정을 만드는 유럽ECE식 규정을 따르는 것에 정당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엄격한 에어백 탑재 규정을 두는 나라는 거의 미국 혼자 뿐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나라들은 유럽 ECE식 규정을 따릅니다. 미국과 이 51개국이 아닌 나라들은 자동차에 대해 규정이 거의 없다시피한 후진국에 속합니다.


(4) 어드밴스 에어백은 디파워드 에어백보다 우월한가?

제조사 입장에서는 어드밴스 에어백이 보다 다양한 탑승자 조건에서도 안전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임을 인정하지만 안전띠를 착용한 일반적 조건에서 디파워드 에어백이 어드밴스 에어백에 비해 보호효과가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이 어드밴스 에어백을 의무화한 이유가 안전벨트 미착용시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함이기에 안전벨트 의무착용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유럽 ECE 가이드라인에 따라 디파워드 에어백을 써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드밴스 에어백의 30~50% 비싼 가격을 생각하면 가격 대비 효과 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에어백 전개 조건은 어차피 디파워드나 어드밴스나 똑같아서, 똑같은 충돌 조건에서 디파워드 에어백이 안 터지는데 어드밴스 에어백은 터지는 정도의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디파워드 에어백은 충돌을 감지하고 전개 범위로 파악되면 그냥 정해진 폭발압으로 터트리고, 듀얼스테이지와 어드밴스 에어백은 여성, 어린이, 유아시트 탑승자,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파악해 폭발압의 정도나 전개 여부를 조절하는 차이입니다. 쉽게 말해 에어백이 더 민감하게 터지게 한다기보다는 에어백이 터졌을 때의 부작용을 감소시켜주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지난 포스팅에서 설명했듯 충돌 사고의 1차 보호장비는 안전벨트고, 에어백은 5%P내외의 보호효과를 보태는 보조적 보호장비일 뿐이라는 점도 똑같습니다(보통 거꾸로 알고 계시지만). 저속에서 잘못 터진 에어백이 초래하는 단점도, 제한속도 이상의 고속 충돌에서 에어백이 탑승자의 생명을 무조건 보장해주지는 못하는 것도 모두 근원적 한계로서 공유합니다. 때문에 30~50%의 가격차이만큼이나 어드밴스 에어백이 디파워드 에어백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디파워드 에어백에 자신이 있다면 모든 내수형 차에 디파워드 에어백을 써도 좋을텐데 내수용에서 소수의 차들에 어드밴스 에어백을 따로 적용하는 데에서는 변명의 궁색함을 제기할 수 있겠습니다.


(5) "틀린" 문제인가, "다른" 문제인가?

미국을 제외한 51개 유럽 및 기타 선진국들이 따르고 있는 유럽 ECE 기준을 따라 에어백 규정을 만든 우리나라가 어드밴스 에어백을 강제하지 않는 것을 "틀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과 "다르다"라고 할 수 있을 뿐이겠죠. 게다가 어드밴스 에어백을 바라는 여론이 표면적으로는 많은 것 같아도 우리나라 소비자의 대부분은 자동차 안전장비에 돈을 아껴왔습니다. 르노삼성이 2010년에 현행 SM5를 첫 출시하면서 VDC를 옵션으로 빼놓았는데, 왜 기본장착이 아니냐는 물음에 전세대 SM5 VDC 선택비율이 5%에 불과하였기에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 옵션 없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변을 내놓은 적도 있었습니다. 제조사가 양심적으로 안전을 최우선시하여 안전장비들을 기본 장착해주면 좋지 않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옵션으로 빼놔도 저렇게 안 팔리는 안전장비들을 돈 들여 기본장착했다가 경쟁 차종 대비 가격경쟁력을 잃는 일을 앞장서서 하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드밴스 에어백을 강제하지 않는 에어백 규정과, 안전장비로 인한 가격상승에 높은 탄력성을 보이는 소비자 옵션 선호 아래에서 국산차 제조사들은 내수형에 30~50% 비싼 원가를 감수하며 어드밴스 에어백을 넣을 동기를 잃은 것입니다. 국산차 제조사들이 디파워드 에어백을 넣는 것은 어드밴스 에어백이 의무가 아닌 유럽시장에 수출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ix35(투싼), i10, 리오(프라이드) 등에서 확인). 유럽 쪽에서는 미국이 어드밴스 에어백을 의무화하는 것이 과잉 규정이며, 오히려 안전벨트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의무화가 우선이 아니냐는 불평을 하기도 합니다.

어드밴스 에어백은 일률적 폭발압을 가진 디파워드 에어백의 일부 단점들을 커버할 수 있겠지만, 디파워드 에어백과 마찬가지로 미전개 조건이라고 판단되면 터지지 않을 수 있고, 기존 디파워드 에어백보다 월등히 뛰어난 만능처방약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어드밴스 에어백 장착을 특장점으로 홍보하던 일본의 ㅋ모 중형차도 정작 IIHS의 새로운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는 국산 중형세단보다도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요. 어드밴스 에어백을 강제하게 되면 모든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게 되는데다가 가격 상승분에 비례할 정도로 탑승자 보호 효과 상승이 있는지도 불충분하기에, 섣불리 어드밴스 에어백의 의무화를 주장하기에 앞서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사실 어드밴스 에어백 의무화 추진보다도 중요한 것은 에어백 미전개 사고에 대해 거의 일률적으로 제조사의 편을 들어주는 우리나라의 에어백 관련 불만 및 사고 조사의 투명성 확대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편은 "안 터지는 에어백은 따로 존재하는가?" 편으로 내일 업로드됩니다.
본 포스트는 한국소비자원의 "자동차 에어백 안전실태 조사"(2012.12) 보고서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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