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백 특집 3. 안 터지는 에어백은 따로 존재하는가? ├ 자동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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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 터지는 에어백에 대한 진실과 오해
2. 어드밴스 에어백 국내 미적용은 내수 차별인가?

3. 안 터지는 에어백은 따로 존재하는가?

이 부분은 원론적인 얘기보다는 인터넷상에서 곡해되고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한 짤막한 지적이니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4.4명으로 미국의 3배가 넘고, OECD 회원국 중 상위권에 속하고 있습니다(미국 1.3명, 일본 1.6명, 영국 0.8명). 이 많고 많은 사상자 수가 전부 결함 때문에 에어백이 안 터진 탓일까요?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 및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수집한 2010. 1. 1 ∼ 2012. 12. 30 까지 3년간 접수된 자동차 에어백 관련 불만사례(신고, 미신고 모두 포함) 668건에 대한 분석입니다. 에어백 관련 불만이란 에어백 경고등 점등과 같은 실제 사고사례가 아닌 경우까지 포함하지만, 에어백 미전개와 관한 불만이 78.6%(약 525건)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렇게 표로 보면, 현대, 기아자동차가 에어백 관련 불만이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회사가 동일한 점유율을 가지지 않으니 단순히 절대 발생 건수만을 가지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조금 더 와닿게 설명하자면 현대차는 쌍용차보다 점유율이 8.8배 높지만 에어백 불만 신고 건수는 5.1배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제조사별로 몇 대 중에 한 대가 에어백 관련 불만이 발생했는지를 계산하여 상대치로 비교해야 하는데, 불만 발생 비율(%)/자동차등록현황(%)으로 계산해보겠습니다.


위 자료는 유효한 비교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계산법은 아니므로 그대로 받아들이지 마시길 바랍니다. 정확하게 계산하자면 "에어백이 미전개된 건수/에어백 장착차의 사고 건수"가 되야겠지만, 이에 부합하는 자료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인터넷상 에어백 미전개 사고 건수로만 특정 회사의 에어백 불량을 주장하는 의견에 대해 점유율 차이가 극명한 국내 시장에서 미전개의 "비율"을 고려해야 한다는 가벼운 반박 자료 정도로만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각 메이커별 국내 등록 점유율 현황 대비 에어백 불만 건수를 봤을 때, 에어백 불만 발생 비율이 가장 적은 회사는 현대, 기아자동차였으며, 국산에서는 르노삼성, 쌍용, 한국GM(GM대우, 한국쉐보레 포함) 순으로 에어백 불만 비율이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판매점유율보다 에어백 불만 발생 비율이 낮은 회사는 현대, 기아차뿐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에어백 관련 불만이 발생한 소비자의 86%가 사건 발생 후 결함내용을 신고하였다고 하니, 나머지 14%의 미신고 건들은 중요한 변수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수입차 점유율의 급증에도 불과하고, 아직까지 우리 땅에는 현대, 기아차가 70%가 넘는 비중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모든 메이커의 차들이 일정 비율로 사고가 난다고 하면 건수로는 현대, 기아차의 사고 건수가 제일 많을 것이고, 이 중에서 인터넷에 사고사례 호소글이 올라와도 현대기아차의 건이 더 많이 노출될 것은 당연합니다. 인터넷에 특정 자동차의 사고사례가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이 꼭 그 자동차가 완전무결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등록된 대수가 매우 적은 차인데다가 피해차주가 인터넷에 사고사례를 올리지 않은 경우겠죠. 상대치를 간과하고 절대치만으로 비교하는 매우 기초적인 오류를 범하는 분들이 인터넷에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결론

안 터지는 에어백을 가진 회사나 차는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국산차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해외 외산차 대중 브랜드~프리미엄 브랜드 모두에서 에어백 관련 불만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 NHTSA에서 2001~2006년에 발생한 576건의 에어백 미전개 사고사례를 분석한 결과, 브랜드별로 판매량에 비례하는 수준의 사고사례 건수가 나오고 있으며(판매량이 많은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사고사례가 제일 많음),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도 케이스 명단에 미국 빅3보다는 적지만 상당수 올라 있습니다. 때문에 특정 회사 에어백에 대한 맹목적인 불신 또는 과신을 가지기보다는, 자동차 매뉴얼을 보면서 에어백에 대한 이해를 갖추는 편이 더 바람직하겠습니다. 차에 "아이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를 붙일 정성에 에어백 기초 상식을 알아본다면, 아이를 조수석에 안고 타는 행위가 아이를 에어백으로 삼는 끔찍한 행위라는 것을 모르게 되진 않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몹시 불운하게도"(연간 총 교통사고 중 에어백 미전개 사고의 비중은 매우 작은 편입니다) 전개 조건에서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중상을 입는 불운을 겪을 수도 있는데, 에어백 관련 사고는 운전자 혼자서 차의 결함 탓임을 입증해내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조사 당국의 힘이 막강한 미국 입장에서도 어려운 일임은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에어백이 터져야 했을 상황인데도 터지지 않아 탑승자가 중상을 입었다면 국가 조사 당국은 사건을 철저히, 공정하게 조사하여 제조사 책임이 있다면 소비자의 억울함을 해소해주고, 자동차 제조사 또한 조사 과정에 숨김이 없이 적극 협조하고, 과실 또는 결함이 밝혀질 경우 이를 투명하게 밝히고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하겠습니다.

다이애나 비가 사망사고 당시 탔던 차도 벤츠 S클래스였습니다. 에어백이 완비되고 제대로 터졌다 할지라도 가혹한 사고(과속, 좁은 모서리 또는 기둥에의 충돌, 전복, 고속 차대차 충돌 등)에서의 안전을 100% 보장할 수 있는 차는 없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안전한 차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차에 안전장비가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국토부 충돌안전테스트에서 얼마나 높은 점수를 얻었는지 등을 객관적인 자료들을 비교 판단하여 결정할 일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방어, 안전운전이겠죠?

지금까지 쓴 글들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1. 에어백은 안전벨트의 "보조적" 보호장비다.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에어백은 매우 낮은 보호효과를 가질 뿐이다.
2. 에어백에는 전개조건이란 것이 있으며, 전개 조건 외 저속에서의 충돌 등에서 불필요하게 에어백이 터질 경우 오히려 금전적 피해, 신체적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마땅히 터져야 하는 범위에서 터지지 않으면 문제제기를 해야겠지만)
3. 어드밴스 에어백과 디파워드 에어백의 전개 조건은 같다. 탑승자 조건이나 충돌 속도에 따라 팽창압의 차이를 조절할 뿐, 어드밴스 에어백이 디파워드 에어백보다 더 민감하게 터지지는 않는다.
4. 미국의 어드밴스 에어백 의무 장착 규정은 안전벨트가 의무화되지 않은 특수한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강화된 조치이며, 세계 51개 선진국과 함께 유럽 ECE 표준을 참고하는 우리나라 에어백 규정은 미국과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다.
5. 에어백 관련 사고 조사에서 국내 조사 당국은 소비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현 조사 체계의 투명성, 공정성을 강화하고, 제조사는 책임의식을 갖고 조사에 협조하고, 문제 발생 시 적극적으로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


저랑 똑같은 보고서를 참고해 올린 어느 블로그의 글. "에어백 불만 발생 건수 내에서의" 79%가 에어백 미전개인데, 이걸 전체 에어백 중 79%가 에어백 미전개라는 식으로 포장하다니.. 이건 뭐 거짓 선동도 정도가 있지 (...)


제가 참고했던 한국소비자원의 리포트도 업로드하겠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다운받아서 보세요
다운로드 링크 : automobile_airbag_safety_report_201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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